봄기운이 완연한 3월, 문득 기차 타고 '훌쩍' 떠나고 싶다는 남편의 제안에 우리는 크게 망설이지 않고 바젤로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우리가 살고있는 제네바는 지리적으로 스위스의 서쪽 끝에 프랑스에 인접해 있으며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언어권이고, 바젤은 취리히, 베른과 함께 독일어권 지역으로 스위스의 북쪽과 중부에 위치한 지역이다. 스위스 인구 전체의 약 65%가 독일어권이므로, 굳이 말하자면 이 주변의 지역이 대외적으로 스위스 전체의 대표이미지로 기억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가끔씩 이 작고 아름다운 나라의 도시들을 여행하다보면 크게 느끼는 건, 이 지역들의 문화와 정서가 참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제네바는 프랑스를 많이 닮아 있고, 적당히 자연스러운 정리 안된 느낌이 인간적이랄까? 왠지 사람들도 더 정감 있는 것 같고.. ㅎㅎ(이건 완전 뇌피셜)
그런데 비해 바젤은 역시 듣던대로 뭔가 학구적이며 품위 있고 게다가 경제적인 여유까지 있는 그야 말고 유서 깊은 점잖은 양반 가문을 방문한 느낌을 받았다.
멋졌다!
작은 도시 안에 세계적인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들이 여러 개 있고, 세계 최고의 제약회사, 건축회사들이 방문객들에게 그들의 비전을 제시해 주었다. 게다가 여유롭게 도심을 가로지르는 라인강은 구시가지 풍경과 함께 낭만을 더해 주었다.
우리의 당일치기 여행일정은 다음과 같다.
제네바 기차역 7시 10분 출발< 11시 10 바젤역 도착(약3시간 소요) < 노바티스 파빌리온 (Novartis Pavillon) 방문 견학- 사이트에서 전날 예약/ 요금 10Fr)< 노바티스 파빌리온 cafe에서 차 한잔 <구시가지 쪽으로 이동 점심식사 < 쿤스트 뮤지엄(Kustmuseum Basel) 관람< 뮤지엄카페에서 건축가 지인과 미팅 <바젤 대성당(Basel Minster), 라인강변 따라 걸으면 도시경치 보고 팅클리 미술관(Museum Tinguely) 쪽으로 이동 < 바젤기차역으로 트램 타고 이동 < 제네바역 도착 (10시 30분)
우리 막내 등교하는 것도 못 보고 부랴부랴 6시 30분에 주먹밥 도시락 들고 바쁘게 나왔는데, 사실상 바젤에서 제대로 구경은 노바티스 파빌리온과 쿤스트 뮤지엄 밖에 못 본 듯하다. 이동시간 6시간을 빼니 예상대로 제대로 구경을 많이 하기엔 무리가 이었다. 아쉽..ㅠㅠ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는 6년째 스위스 건축회사에서 근무하며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계신 한국인 지인을 만났다. 스위스 얘기, 한국얘기, 근무환경 등등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현지인의 구도심 투어 가이드를 받고 왔으니 알찬 하루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처음 만난 분인데 너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아쉽게 헤어졌다ㅎㅎ. 당연히 제네바에 오시면 꼭 우리 집에 오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의 수확은, 떠나기 며칠 전 예약한 스위스 1일 교통패스 (Cartes journalière)이다.
이는 기차비가 비싼 스위스에서 현지인들을 위해 제공하는 1일 교통권으로, 미리 동사무소 사이트에서 예약하게 되어있다. 그 날짜의 티켓이 남아있는 경우 1인당 4장까지 구매가 가능하며, 지정된 날짜에 예약을 하고 현금 42Fr (약 6만 원)을 내고 직접 동사무소에서 찾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난 처음으로 우리 동네 동사무소 (Commune de Onex)를 방문해서 당당히?:) 티켓을 찾았다.
이 티켓으로는 하루 동안 스위스의 모든 교통수단 (기차, 버스, 트램, 배)을 이용할 수 있는데, 교통비가 상당히 비싼 스위스에서는 이를 잘 이용하면 편리하고 저렴하게 여행을 할수 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Novartis의 본사를 방문했는데, 방문객 프로그램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Novartis campus를 투어를 신청하는 방법이고 이것은 노바티스사의 단지 내 여러 빌딩을 투어 하는 형식이 있다.
산업 단지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빌딩이 모여 있고, 건축물 자체가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이라 건축양식을 설명 듣는 식의 투어가 있다.
또 하나는 우리가 했던 Novatis Pavillion을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다.
노바티스 파빌리온은 방문자 센터 안에 있으며 노바티스의 역사와 업적을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전시와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어서 시간대 별로 예약을 받는다. 입장 시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대여해 주어서 아이들과 방문 시 학습적으로 많이 도움 된다. 최근 활발히 논의가 되고 있는 있는 인공지능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논의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점심 식사 후 방문한 쿤스트 뮤지엄은 신관과 본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본관에는 15세기-18세기까지 신관에는 19세기 이후 현대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 규모나 작품 수에 있어서 스위스에서 본 미술관 중엔 제일 크고 작품도 많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가 아는 19세기 인상파 화가들 고흐, 모네, 드가, 르누아르, 피사로, 세잔, 모리조의 작품들이 있었고, 20세기 작가들 피카소, 앙리 마티스, 쇠라, 샤갈, 르네 마가리트, 뭉크, 모딜리아니, 등의 작품들과 수많은 현대 작품들 그리고 스위스의 작가 자코메티의 수많은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현대 건물에서 유럽여행 중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처음으로 본 놀라운 경험까지..( 늘 언젠가 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3시간 정도는 충분히 있어야 전체를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위스에서 미술관을 방문하고 싶으신 분은 꼭 바젤 쿤스트뮤지엄을 방문하시라 추천하고 싶다. 미술관 방문기는 바젤여행(2)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야겠다.
우리의 알찬 당일치기 바젤 여행은 가뭄에 단비처럼 우리에게 휴식이 되었고, 다음 바젤 아트페어 때에는 2박 3일 정도로 여유 있게 오기로 했다. 우린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차에서 피자와 맥주 한잔을 하며 제네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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