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쿤스트 뮤지엄 바젤(2)의 많은 의미와 이야기들을 기억하면 설레는 마음으로 관람을 이어가면 되겠다.

방마다 붙어있는 숫자를 따라가며 편안히 이동을 하다 보면, 본관 건물의 1층부터 중세시대의 작품들을 시작으로 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연이어 보인다.
렘브란트,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폴 세잔과 빈센트 반 고흐, 앤디 워홀과 엔초 쿠키, 마크 로스코,리히텐슈타인..
반 고흐의 자화상이 있는 방에 무리의 학생들과 그림을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이 있었던 공간 빼고는 그저 '명작과 나' 뿐이었고 그 시간과 공간이 매우 고요했다.
내가 추천하는 그림
1. 미술관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한스 홀바인 Holbein Hans "그리스도의 죽음"
일단 이 작품이 있는 방안에 들어서면 저 멀리서도 서늘하고 두려운 기운이 느껴질 만큼, 무덤 속의 그리스도의 모습이 사실적이다.
난 개인적으로 카톨릭 신자로서 매주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묵상하는데, 관 속에 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실 것처럼 주검으로 표현된 이 그림의 예수님의 모습은 사실 직면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당시 많은사람들도 이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작가가 이러한 방식으로 죽음을 표현한 데 대해 신을 믿는 사람들과 또는 믿지 않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저마다 많은 감상평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악인도 선인도 아닌 죄인이다"라는 누군가의 감상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작품이 죽음을 이렇게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함부로 편을 나누고 단죄하려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엄중한 경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한스 홀바인의 잘 알려진 수작 "대사들 The Ambassadors"을 기억하는 분이 있다면 반가울 것 같다.
작품의 소재는 전혀 달라서 연관성을 찾기 힘들지만, 몇 년 전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대표작으로 꼽는 그 작품을 보고
실제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품의 선명한 색감과 에너지에 감동했던 기억이 났다.
예상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대사들"은 그 색감과 정교함이 정말로 멋있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이 미술관에는 여느 미술관에서 보기 힘든 다수의 한스 홀바인의 작품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대사들"에서도 " 그리스도의 죽음"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의 작품들이 굉장한 흡입력이 있는 작품들이 이어서 멀리서 보고, 다가와 가까이에서도 한참을 관찰하듯 감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감상할수록 실제보다 더 정교한 그림 한 솜씨에 감탄하게 되고, 말할 것 없이 아름답고 또 그 철학적 주제가 주는 울림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한스 홀바인에 대해 생소하시다면 바젤에서 놓치지 마시길..
2. 피카소 컬렉션


앞서 쿤스트뮤지엄 바젤(2)에서 소개했던 피카소 이야기와 관련된 작품들은 그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억하면, 작품 하나하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형제들"과 큐비즘의 서막을 알리는 "아비뇽의 스케치 Les Demoiselles
d'Avignon" 그리고 보자마자 피카소!라고 알아차릴만한 다수의 작품들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곳의 피카소 컬렉션은 작은 피카소 박물관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의 다양한 시기의 다양한 그의 작품이 있는 곳이다.
3. 스위스 화가 쟈코메티와 호들러의 작품들



신관으로 가는 넓은 공간의 한 벽면을 차지한 거대한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페르낭디 호들러 Ferdinande Hodler, 1853~1918"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쿤스트 뮤지엄 신관 건축 당시 건물관 측이 특별히 주문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베른에서 태어나 제네바에서 사망했으며 상징주의 작가로 스위스의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화가이다.
사망 전 10년 동안은 레만호수과 제네바의 풍경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Ferdinand Hodler, The Dents du Midi from Chesières, 1
스위스 출신의 또한 작가가 있다. 길고 가느다란 사람 모양으로 잘 알려진 "걷는 사람 L'homme qui marche"의 쟈코메티 Alberto Giacometti이다. 인간의 고독함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오래전에 당시 경매 최고가였던 피카소의 작품을 누르고 당당히 1억 430만 달러에 팔리면서 "쟈코메티"라는 이름을 대중에 알렸던 작품이다.
쿤스트 뮤지엄에는 다수의 청동작품뿐 아니라 특이한 붓터치가 마치 한지를 잘게 찢어 붙어놓은 듯한 느낌이 드는 그의 다양한 회화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스위스를 여행하시는 분들께 기념으로 호들러의 작품 중 눈 덮인 융프라우를 특유의 색감으로 신비하게 표현한 작품 하나쯤 가져가시면 어떨까? 추천하고 싶다.
4. 오스카 코코슈카

오스카 코코슈카의 대표작 "바람의 여인 The Wind Bride"이다.
코코슈카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그림을 이곳에서 영접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아무 생각 없이 갔더랬다.ㅎㅎ
"《바람의 신부》 혹은 《폭풍우》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는 이 작품에서 코코슈카는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감정을 거친 붓 터치와 차고 어두운 색채에 실어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은 화가 자신과 그가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 알마 쉰들러를 모델로 하였다. 알마는 위대한 음악가 말러의 부인으로 미모와 지성으로 당대의 걸출한 남성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말러의 사후에 알마를 만나 열렬히 사랑하게 된 코코슈카는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 알마를 잊지 못하고 살았다.
전에 브베에 코코슈카 작품전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가기전에 나는 작가보다는 알마 쉰들러에 대해 더 많이 찾아본 기억이 난다. 대체 어떤 여자였기에.. 하면서ㅎㅎ ('바람의 여인'을 볼줄 알았는데 그의 스케치들만 있는 전시여서 실망하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
이 작품에는 그의 폭풍 같은 사랑과 동시에 절망적이며 불안한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5. 파울클레, 몬드리안, 칸딘스키



Paul Klee, Senecio Piet Mondrian , Composition No.1 with red and black Wassily Kandinsky, Improvisation 35
현대 추상미술을 대표하며, 음악과 미술의 결합을 보여준 파울 클레의 대표작 세네치오, 피트 몬드리안의 Composition 시리즈, 바실리 칸딘스키의 즉흥연주, 추상화이지만 어린 시절 미술교과서에 항상 단골로 등장했던 친근한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6. 뭉크, 에곤 쉴레 그리고 마크로스코



Egon Schiele Portrait of Lederer Mark Rothko No.16 (Red, Whit and Brown)
"절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뭉크의 Street in Asgardstrand은 어딘지 모르게 화면구성이 절규와 닮았으나 분위기는 다르다.
드로잉의 천재라는 에곤쉴레의 작품은 예전에 뉴욕의 노이에 미술관에서 다소 충격적인 누드화들을 본 기억이 난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클림트의 작품들과 매우 대조적이었으나, 그는 클림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보려면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갤러리에 가야만 하는 줄 알았다.. 정말 의외의 만남이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아름다운 색채감과 단순한 구성에 편안함을 느끼기에 우리 집에도 큰 액자에 걸어 둔 만큼 내가 특별히 애정한다. 그의 작품 안에는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가 있고, 그의 드라마틱한 삶으로 우리나라에서 연극이 공연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작가로 알고 있다.
밤을 새워도 그림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
기쁨을 나누면 배가된다면, 그림을 사랑하는 친구와의 나눔은 그 몇 배 이상이 될 것 같다ㅎㅎ
친구들 누구든 미술관 가자고 연락하면 열 번 스무 번도 함께 할 수 있겠다.
마흔 살쯤부터 싫다는 아이 이들을 데리고 엄청난 인파에도 아랑곳 않고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전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하는 미술과 역사, 인문학 강의도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었고, 바이블이라고 생각하는 책을 만나면서 나도 언젠가는 유럽의 박물관을 하나씩 정복해(?) 보리라 생각했었는데.. 유럽의 한가운데에 몇 년째 살고 있다니!
불가능할 그 꿈이 이루어져 내 삶으로 들어와 있었다.
내 인생에 실로 엄청난 변화이면서 선물인 것을.. 다시금 감사한 마음과 함께 이런 행복을 순간순간 잊고 사는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많은 분들과 나의 소중한 경험들을 나누고 싶고, 필요하다면 여행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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